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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나의 考察

[노동법] 불법파업 손해배상액 추정에 관한 법리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21050 판결)

by 사진사랑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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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는 손해는 어떻게 추정할까?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21050 판결)을 통해 불법파업 손해배상액 추정에 관한 법리를 살펴본다. 

 

사건의 개요 

 

원고(회사)는 자동차를 생산ㆍ판매하는 회사로 고객이 원하는 차종과 사양을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그에 맞는 차량을 공장에서 생산한 후 이를 인도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ㆍ판매한다. 

피고(노조 지회)는 또다른 피고 근로자를 비롯한 그 조합원들로 하여금 원고의 공장에 진입해 그 생산라인의 가동을 방해하게 하여 일정시간동안의 생산라인이 정지된 사실이 있는 바, 원고(회사)는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한편 피고들은 자동차가 예약판매 방식으로 판매되고,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어 자동차의 인도일이 다소 늦어진다고 하여 바로 매출감소가 발생하지 않으며, 쟁의 종료 후 연장근로 내지 휴일근로를 통해 부족 생산량을 모두 회복복함으로써 예정된 판매일정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다.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는 손해로는, 

   - 조업중단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매출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와, 

   - 고정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손해가 있을 수 있다. 

 

고정비용은 생산된 제품의 판매액에서 회수할 것을 기대하고 지출하는 비용 중 조업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대체로 일정하게 지출하는 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을 말하고, 

   - 이러한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는 생산감소에 따라 매출이 감소하여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었을 비용을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 

 

■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8613 판결 등)

   - 따라서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제조업체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량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였다는 점 뿐만 아니라, 생산되었을 제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점, 그 생산 감소로 인하여 매출이 감소하였다는 점 까지도 증명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 그러나 실제의 소송과정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손해 발생을 추인케 할 간접사실의 증명을 통해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 

 

■ 이에 대법원은, 

   - 정상적으로 조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였다면 적어도 지출한 고정비용 이상의 매출액을 얻었을 것이라는 경험칙에 터 잡아, 그 제품이 이른바 적자제품이라거나 불황 또는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의 간접반증이 없는 한, 생산된 제품이 판매되어 제조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또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손해배상청구권자의 증명부담을 다소 완화하여 왔다. (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24735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11226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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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러한 추정 법리가 매출과 무관하게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있기만 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발생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ㅇ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되어 생산이 감소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의 추정은 더이상 유지될 수 없다

   ㅇ 따라서 위법한 쟁의행위과 정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a) 경험칙에 따라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 추정되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에도 상대방은 해당 사실이 경험칙 적용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정을 증명하여 경험칙에 터 잡은 사실상의 추정을 복멸할 수 있다

        - 종래 대법원은 생산에 따른 판매 및 매출이익 발생의 추정을 복멸할 수 있는 일정한 간접반증 사유를 거시한 바 있지만(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24735 판결 등 참조), 생산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 발생의 추정을 복멸할 간접반증 사유도 충분히 상정해 볼 수 있다. 

     (b) 앞서 보았듯이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는 조업중단으로 말미암아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판매와 매출이 감소하여 매출액에서 회수할 수 있었던 비용을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고, 고정비용은 추가 생산으로 생산량을 만회한다고 하여 그에 비례하여 더 지출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고정비용의 성격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현실화되는 과정에 비추어 보면, 조업중단으로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하였더라도 그것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으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었다면, 생산 감소에 따라 매출 감소를 추정하는 경험칙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추정은 복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다만 이에 대하여 제조업체는 생산량 회복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와 무관한 다른 요인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정 등을 증명함으로써 다시 추정법리가 유지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c)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쟁의행위 기간까지의 생산과 그 후의 생산을 준별할 근거가 없고, 현대화된 기업환경에서 제조업체는 대개 시설 고장이나 단전 등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여 생산 차질에 불구하고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생산관리체계(추가근로체계의 정비나 생산속도의 조절 등)를 구축하여 유기적으로 생산 활동을 수행한다. 또한 자동차와 같이 예약판매방식으로 판매되거나 제조업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 생산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 

       - 따라서 쟁의행위가 종료되고 근로자의 참여로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면 그 전체를 살펴 손해 발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쟁의행위 종료 후 적시에 생산량을 만회함으로써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개연성이 있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근로자에게 그러한 사정에 대하여 증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한다

     (d) 신의칙 또는 손해 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는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감경하기 위하여 노력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다(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다22912 판결 등). 위와 같은 생산량의 회복은 제3자의 불법행위로 조업이 중단된 사안에서와 달리, 손해를 경감하려는 사용자의 적절하고 합리적인 노력에 근로자들의 협력과 노동이 함께 더하여짐으로써 달성되는 것이므로 이를 오로지 사용자의 노력으로 손해가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의 판단

 

■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하였을 수는 있으나, 

   -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방식에 비추어 생산의 지연이 매출 감소로 직결되지 아니하고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었을 여지가 있다. 

   - 따라서 피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추정을 복멸할 수 있는 간접반증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 따라서 피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추정을 복멸할 수 있는 간접반증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 원심으로서는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어 추정이 복멸되는지 여부를 심리ㆍ판단하였어야 했다.  

 

■ 그런데도 원심은 생산량이 회복되었더라도 이는 손해 산정에 고려할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을 뿐,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었는지에 간하여 전혀 심리ㆍ판단하지 않고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고정비용 손해의 추정 및 그 복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의 考察

  손해액은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책임을 진다. 따라서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실손해액을 산정ㆍ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이 중단되거나 방해를 받은 경우 이 실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은 다소 까다롭다. 불법쟁의가 없었더라면 정상적인 생산이 이루어 졌을 것이고, 이것이 팔리지 않거나 재고로 남는 경우 없이 제값에 팔 수 있었을꺼라는 점까지 뒷받침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다로운 점 때문에 그간 대법원은 이러한 실손해액에 대한 증명부담을 어느정도 완화해주었다. 즉, 불법쟁의로 인한 생산의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정상적으로 조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였다면 적어도 지출한 고정비용 이상의 매출액을 얻었을 것이라는 경험칙에 터 잡아, 그 제품이 적자제품이라거나 불황,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특벼란 사정의 간접반증이 없는 한 제품이 생산되었다면 그 후 판매되어 제조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 상당액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자의 증명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종전의 법리를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손해액 추정이 복멸될 수 있는 경우를 새롭게 추가한 것에서 의미가 있다. 즉, 생산 차질 자체로 무조건 위의 추정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생산 차질이 있었더라도 이로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위와 같은 추정이 복멸된다고 보았다.  신의칙 또는 손해 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사용자 또한 손해의 범위를 최소화 할 의무가 있고, 이에 따라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하여 부족 생산량을 만회하였다면 위의 추정 손해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추가 생산'에 필요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생산라인의 가동량을 늘리면 이에 따른 고정비는 추가될 것이며, 근로자가 특근 또는 야근을 하면 가산수당이 발생한다. 즉, 비용이 증가한다. 이것은 사업주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발생한 손해액이지 않은가?

  대법원 논리대로라면 여기서 발생할 추가 비용은 결국 사용자가 감수해야 할, 손해 부담의 공평에 입각하여 불가피하게 부담할 수 밖에 없는 비용인건가? (대법원은 "고정비용은 추가 생산으로 생산량을 만회한다고 하여 그에 비례하여 더 지출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보고 있네...)

 

  만약 자동차공장이 아닌, 용광로를 돌리는 제철공장이나, 가동이 중단된 후 회복하는데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명백히 들 것이라 예상되는 사업장이라면, 법원은 그 사정을 별도로 볼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대법원이 잘못했다고 지적한 원심의 태도에는 일응 수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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